니콜라스 브라에사스


화랑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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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브라에사스는 화랑 출판사의 창립자이자 번역가이다.
아르헨티나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화랑출판사는 스페인어권 최초로 한국 문학만을 출판하는 출판사이며, 스페인어권 시장에서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한국 작가들의 종합 카탈로그를 소개하기 위해 설립했다.

화랑출판사가 어떤 출판사인지, 또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지 한국 독자들과 출판인들에게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화랑출판사는 오로지 한국문학에 초점을 맞춘 최초의 스페인 출판사입니다. 스페인어권에서 한국 책 번역의 역사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에야 처음으로 문학작품이 번역되었으니까요. 한국문학 번역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것처럼 짜릿한 작업입니다. 화랑출판사의 사명은 오늘날 한국의 작품들은 물론 고전들까지 한국 문학의 전통을 보여주는 책들을 속속들이 출간해내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화랑출판사가 처음 출간한 작품은 이상의 <까마귀의 시선으로>였습니다. 이 작품의 본질적 특질들을 생각할 때 스페인어로 번역해서 출판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첫 번역 출판 대상으로 삼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제가 이상의 시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한국문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때 우연히 이상의 전기를 읽었는데, 그렇게 젊은 나이에 그렇게 놀라운 작품들을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한국 현대문학의 이정표 같은 작가이고, 저는 새로 출범하는 출판사의 첫 작품으로 그의 작품을 출판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상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시엔 한자와 한글이 혼용된데다 이상의 많은 시들이 그렇듯 의미가 모호하고 이해하기 힘들어서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것은 정말로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상의 작품은 우리 출판사의 첫 작품일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출간한 스페인어판으로 번역 실험을 시작했거든요. 제가 번역한 스페인어판을 브라질의 시인이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를 혼용하는 포르투뇰(Portuñol)로, 카탈로니아의 시인은 카탈로니아어와 스페인어의 혼용인 카타뇰(Catanyol)로, 파라과이의 시인은 과라니어와 스페인어를 혼용해 구사하는 조파라(Yopará)로 옮겼습니다. 이 일련의 작업은 이상과 그가 살던 시대의 복잡성과 특징들을 드러내기 위한 것입니다. 이상은 그의 시를 부분적으로 일본어로 썼고, 우리는 두 가지 언어의 혼용어로 작품을 쓰는 시인들과 함께하는 작업을 통해 이상 내면의 긴장을 나타내기로 했습니다. 각각의 번역본에는 저마다 다른 분위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매년 세 가지 새로운 번역본을 추가하여 이 시집을 새롭게 출간합니다. 작년에는 스페인식 영어(Spanglish), 케추아어와 스페인어의 혼용인 케추아뇰(Quichuañol), 그리고 바스크어와 스페인어의 혼용인 에우스카뇰(Euskañol), 이렇게 세 가지 언어의 번역본이 추가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 독자들은 <까마귀의 시선으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요?

호응이 좋았습니다. 그 책에는 역사적 맥락에서 본 이상, 그의 전기, 그리고 그가 활동하던 당시의 미학적 변화를 설명하는 서문을 넣었습니다. 아르헨티나에 한국문학이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새로운 독자들에게 텍스트 자체를 넘어선 의미와 해석 등의 파라텍스트(paratexts)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노력 덕분인지 한국의 고전적 작가들이 단지 먼 나라의 이국적 작가로 간주되는 일은 없습니다. 고전을 계속 출간하여 그것이 학계 너머에까지 알려지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판할 외국 책을 고를 때 어떤 점에 가장 역점을 두시는지요?

여러 가지를 고려합니다. 우리 독자들이 원하는 것들 사이의 균형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을 놀라게 하는 요소도 필요합니다. 한국문학은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다르고, 우리는 독자들이 그 다름, 즉 문화와 문화 사이의 교량을 만들어내는 ‘다른 점’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바로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우리도 물론 그 최신 트렌드에 관심이 있습니다. 때로는 어떤 곳에서 잘 되는 것이 다른 곳에선 잘 안 되기도 하는데, 우리는 위험을 무릅쓸 용의가 있습니다. 여성 작가들, 페미니즘, 또 공상과학 같은 비전통적 장르에 대한 관심도 있습니다. 한국문학은 우리나라에 새로운 만큼 작품집을 만들어 많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출판산업은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아르헨티나의 출판시장은 어떻게 변했는지, 화랑출판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르헨티나는 전통적으로 도서전, 시와 소설 낭독회. 작가들과 번역가들과 함께 하는 워크숍 등 많은 문학 행사를 합니다. 사업적 관계는 물론 독자들의 공동체를 만들고 문화적 유대를 맺는 데도 직접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의 디지털 해결책을 찾아내게 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 문학계에선 전자책, SNS, 포럼 같은 것이 전혀 일반화되지 않았었기 때문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해야겠지요. 우리는 책 관련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람들, 유튜버들, 틱톡 사용자들에게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전통적 방식으로 소통하는 사람들보다 그들이 더 잘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더 분화된 방식으로 정보를 나누는 수평적 방식은 새로운 독자들을 만나는 멋진 전략입니다. 우리는 디지털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유대 관계를 형성했는데, 디지털 미디어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어마어마하게 큰 스페인어권의 지리적 격차를 극복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이제는 멕시코와 스페인의 독자들이 우리 출판사와 직접 접촉합니다. 펜데믹 후에 경제가 다시 성장하기 시작하고 국경이 정상화되면 우리 출판사는 남미 너머로 사업을 확장할 큰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김중혁, 정세랑, 장류진 등 젊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출판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최근에 관심을 두게 된 한국 작가나 작품이 있는지, 앞으로 함께 일해보고 싶은 작가가 있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저는 강화길, 천희란 두 작가의 작품을 매우 좋아합니다. 두 작가와 다른 여러 작가들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을 출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시를 출판하고 싶습니다. 이혜미 시인을 비롯해 놀라운 시인들이 있는데 출판 시장이 소설에 집중돼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번역 작품을 출판하고 싶어하는 외국 출판사들을 위해 아르헨티나에서 외국 작품을 출판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아르헨티나는 저작과 출판물의 다양성 증진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나라이고 독자들 또한 다른 나라의 문학적 전통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출판사들은 주로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이나 과달라하라도서전 같은 국제 도서전에 참여하는데 문학 관련 기관을 접촉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문학번역원(LTI)은 세계 전역에서 한국문학을 지원하는 훌륭한 지원군입니다. LTI가 없었다면 화랑출판사도 존재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언어 장벽으로 말미암아 한국의 문학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울 때도 있는데, LTI는 현황을 알려주고 이해하게 해주는 근사한 진열장 같은 기관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출판사들에겐 LTI에 연락하는 게 첫 번째 단계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출판하기를 원하는 출판사에게도 LTI를 접촉하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LTI는 우리 지역의 어떤 출판사들이 한국문학 관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과 출판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면 말씀해주시겠어요?

출판인으로서, 또 한국어와 스페인어 번역가로서, 저는 한국문학이 세계 곳곳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스페인어권 시장에는 5억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있으니, 우리 두 나라 사이의 문화 교류는 어마어마한 기회를 뜻합니다. 우리는 베스트셀러나 ‘외국 독자들’에 맞춘 작품만이 아닌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교류를 통해 한국의 출판사들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문화적 유대를 맺게 되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그 출판사들이 우리로부터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종류의 문학을 우리와 공유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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